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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적한 물가…중앙銀 인플레 파이터로
더 높이,더 오래…고금리 언제까지


미국이 지난 9월 기준금리를 인상한 가운데 세계 채권 시장에서 장기금리가 줄줄이 최고치를 갈아치웠다.한국은행도 올 7월과 8월 연달아 금리를 올린 데 이어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문제는 이번 인상이 어디서 멈출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미·이란 갈등 장기화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여전하고 각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와 빅테크의 AI 투자 열풍까지 겹친 탓이다.시장에서 고금리 장기화를 점치는 배경이다.금리를 결정짓는 환경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만큼,다수 전문가들은 연 4~5%대 고금리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원인 ➊ 좀처럼 잡히지 않는 물가

유가 충격에 멀어진‘2%’

미국 기준금리를 끌어올린 직접적인 원인은 물가다.연준이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시한 올해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7%다.PCE 물가는 미국 가계가 쓰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을 폭넓게 반영해 연준이 물가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지표다.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뺀 근원 PCE 물가 전망도 3.4%다.어느 쪽으로 봐도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와 거리가 있다.지난 9월 30일(현지 시간) 발표된 8월 물가도 예상보다 낮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8월 PCE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4% 올랐다.근원 PCE 물가 상승률도 3%로 나타났다.

최근 물가를 자극한 건 유가다.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뛰었고 그 여파가 경제 곳곳으로 확산했다.가령,원유 가격이 오르면 공장을 돌리는 비용부터 화물을 나르는 운송비까지 함께 뛴다.기업이 늘어난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면 유가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으로 퍼진다.연준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상황이다.유가는 금리 조정으로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만큼,과거에는 공급 충격에 통화 정책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게 중앙은행 원칙으로 통했다.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공급 충격이 누적되면서 유가에서 시작된 물가 상승이 다른 품목으로 번져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가 확산했다.임재균 KB증권 애널리스트는 “금리 안정의 선행 조건은 유가 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경제가 예상보다 강하다는 점도 물가 부담을 키운다.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투자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다.자연스레 경기가 식고 물가도 뒤따라 내려간다.이번에는 경기 둔화가 예상보다 더디다.지난 9월 S&P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8.4로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기업의 신규 주문과 생산,고용 등을 보여주는 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국면으로 본다.연준도 눈높이를 바꿨다.올해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6월 1.6%에서 9월 2.4%로 높였다.

박준우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고유가와 고금리에도 투자 중심으로 성장세가 견조하다”고 말했다.

원인 ➋ 세계 정부‘닥공 재정’

한국도 상황 다르지 않아

각국 정부의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도 금리 인상을 부추기는 핵심 요인이다.재정적자는 장기금리에도 부담 요인이다.기준금리는 연준이 정하지만 10년물 미 국채 같은 장기금리는 채권 시장에서 결정된다.앞으로 물가와 성장률이 어떻게 움직일지,입금 보너스 코드 없음 2020정부가 국채를 얼마나 발행할지 등을 투자자들이 따져 매기는 금리다.통상 재정적자가 커지면 미국 정부는 부족한 돈을 메우려 국채 발행을 늘린다.재정적자가 커질수록 정부가 더 많은 국채를 발행해야 하고,늘어난 공급을 소화하려면 투자자에게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해야 한다.

문제는 미국 정부 재정적자가 천문학적이라는 데 있다.세계 금리 기준으로 통하는 미 국채 금리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이유다.미 의회예산국(CBO)은 2026회계연도 연방정부 재정적자를 2조1000억달러로 예상했다.지난 2월 전망치(1조9000억달러)보다 2000억달러 늘어난 규모다.통상 대규모 재정적자는 경기 침체기에 나타난다.세수가 줄어들고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지출을 늘리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사정이 다르다.경기는 호조인데 정부 지출은 여전히 크다.AI·반도체·전력망·방산 등 전략 산업에 과감하게 자금을 투입하는 흐름이 뚜렷하다.경기 침체 때 수요를 떠받치려 돈을 푸는 전통적인 확장재정과는 결이 다르다.정부가 지출을 줄이지 않으니 높은 금리에도 경기와 고용이 쉽게 꺾이지 않는다.연준이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으려 해도 긴축 효과가 그만큼 늦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닥공 재정’이 경기와 물가를 받쳐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에 머물게 하는 동시에 국채 공급을 늘려 장기금리까지 밀어 올린다는 얘기다.

한국도 미국과 상황이 다르지 않다.한국은행은 금리를 높이고 있지만,정부는 확장재정을 이어간다.2027년 사상 첫 800조원대 예산을 예고했다.김명실 iM증권 애널리스트는 “2027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3%대로 전망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재정 확대 등을 고려하면 물가가 빠르게 안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원인 ➌ AI 끝 모를‘빚투’

빅테크 회사채 러시

AI 투자 열풍도 기준금리를 밀어 올리는 배경이다.빅테크가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쓰는 돈이 급증하면서 기업 설비투자는 미국 성장을 떠받치는 축으로 떠올랐다.데이터센터 투자는 반도체 구입으로 끝나지 않는다.건물을 짓고 서버를 설치하려면 건설과 전력설비 투자가 뒤따른다.빅테크가 쓴 돈이 여러 산업의 일감과 고용으로 번진다.

물가에도 영향을 미친다.데이터센터 건설이 몰리면 전력과 건설 인력,변압기 같은 장비 수요가 한꺼번에 늘어난다.발전소나 송전망을 짓고 장비 생산을 늘리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수요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공급이 못 따라가는 형국이다.이런 상황에선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AI 투자가 성장률은 물론,물가까지 자극할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당분간 AI 투자가 꺾일 조짐이 없다는 점이다.고금리에도 빅테크의 회사채 러시는 멈추지 않는다.iM증권에 따르면,알파벳·아마존·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의 회사채 발행액은 지난해 1080억달러에서 올 9월 초까지 2290억달러로 불어났다.9개월도 지나지 않아 지난해 연간 발행액의 두 배를 넘어섰다.투자를 줄여 아끼는 이자보다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확보가 늦어져 경쟁에서 뒤처질 때 치러야 할 대가가 크다고 판단한 결과다.

올해‘한 번 더 인상’만장일치

내년 금리 전망은 갈려

전문가들은 올해 추가 인상에는 이견이 없었다.매경이코노미가 국내 증권사 채권 전문가 8명에게 물어본 결과,8명 모두 미국과 한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 차례씩 더 올릴 것으로 봤다.미국은 기준금리 목표범위 상단이 현재 4%에서 연말 4.25%로,한국은 3%에서 3.25%로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공동락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여건이 급격히 꺾이지 않는 만큼 긴축 기조는 연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2027년부터는 전망이 갈린다.미국 기준금리를 두고 8명 중 5명은 6월 기준금리 상단을 4.25%로 예상했다.올해 한 차례 올린 뒤 추가 인상 없이 동결할 것으로 봤다.나머지 3명은 2027년 상반기 한 차례 더 올려 4.5%까지 갈 것으로 짚었다.

4.25%를 예상한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정학적 위험과 양호한 성장 여건을 감안하면 올해 한 차례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면서도 “추가 인상 여부는 성장 강도에 좌우될 것”이라 말했다.

반면,아이폰 도박 어플4.5%를 예상한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7년 상반기에도 물가가 충분히 잡히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뒀다.2026년 높은 물가에 따른 기저효과로 2027년 물가 상승률 자체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다만,물가 상승률이 낮아져도 물가 압력이 충분히 꺾였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이다.김지나 애널리스트는 “2027년 상반기 기저효과가 나타났는데도 물가가 충분히 둔화하지 않는다면 추가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가 전망은 미 연준 내부 시각과 다르지 않다.앞서 연준이 9월 공개한 점도표에서도 금리 전망이 석 달 전보다 올라갔다.점도표는 연준 위원들이 앞으로 적정하다고 보는 기준금리 수준을 각자 점으로 표시한 자료다.2026년 말 연방기금금리 전망 중간값은 6월 3.8%에서 9월 4.1%로 높아졌다.2027년 말 전망도 3.6%에서 4.1%로 뛰었다.연준 내부에서도 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 가능성을 반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시장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CME 페드워치(9월 30일 기준)에 따르면 선물 시장은 2027년 6월 미국 기준금리가 4.5% 이상일 가능성을 80%로 보고 있다.CME 페드워치는 미국 선물 시장에 반영된 향후 기준금리 전망을 확률로 보여주는 지표다.

한국은 2027년 추가 인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8명 중 7명이 2027년 6월 기준금리를 3.5%로 예상했다.올해 말 3.25%로 올린 뒤 2027년 상반기 한 차례 추가 인상을 점친 것이다.강승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27년 1분기까지 금리 인상을 단행한 뒤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028년까지 고금리 전망도

AI 사이클 따라 금리도 분수령

전문가들은 이번 인상 사이클이 끝나더라도 상당 기간 높은 금리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금리 인상은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지만 인하는 얘기가 다르다.물가가 충분히 안정된 데다 경기와 고용까지 둔화해야 금리를 낮출 명분이 생긴다.지금처럼 재정 지출과 AI 투자가 경기를 떠받친다면 서둘러 금리를 내릴 이유가 없다.김명실 애널리스트는 미국은 2026년 말,한국은 2027년 상반기 금리 고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후 곧바로 인하로 전환하기보다는 높은 금리를 상당 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첫 인하 시점을 2028년까지 늦춰 잡은 전망도 나왔다.조용구 애널리스트는 미국이 2027년 4분기부터 완만하게 금리를 내릴 수 있지만 한국은 2028년 2분기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다.배경에는 높아진 중립금리가 있다.중립금리는 경기를 부양하지도,위축시키지도 않는 균형적인 금리 수준을 말한다.조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초호황으로 한국의 성장률이 높아지고 반도체 기업의 국내 설비투자까지 늘면서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가 함께 올라갔다고 분석했다.경제가 견딜 수 있는 금리 수준 자체가 예전보다 높아졌다는 얘기다.

AI 투자 사이클 마무리를 금리 인하의 조건으로 본 전문가도 많다.김찬희 애널리스트는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핵심은 AI 설비투자가 이끄는 성장과 물가 추이”라며 “AI 설비투자가 하강 사이클로 전환되는 시점이 통화 정책 방향 전환 시점일 것”이라고 분석했다.시점은 2028년으로 예상했다.

박준우 애널리스트는 2027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올린 뒤 동결을 거쳐 2028년,이르면 2027년 4분기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봤다.강승원 애널리스트 역시 “AI 설비투자 사이클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시점이 금리 인하 사이클 전환 시점을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창원 기자 ]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79호(2026.10.07~10.1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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